클래식 화성학에서 규정하는 화음 진행은 각 구성음의 진행 방법도 고려 대상입니다. 피해야 할 대표적인 진행으로는 완전 5도, 완전 8도가 음정을 유지한 채 다음 화음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병행 5도, 병행 8도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C에서 Dm를 이렇게 진행한다면 베이스와 소프라노(테너도)의 도-솔 완전 5도가 레-라로, 베이스와 테너의 도-도 완전 8도가 레-레로 음정을 유지한 채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클래식 화성학에서는 이를 금지합니다. 그 이유는 완전 음정의 울림이 유지된 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면, 성부의 독립성을 잃고 울림이 빈 듯하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화성법 문제를 풀 때나 화성법을 기반으로 작곡할 때는 다양한 화음을 다양하게 배치해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충분히 숙고하여 음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로 간단한 반주를 할 때라면 웬만한 병행은 피하기 쉽습니다. 다시 위의 그림을 보면, 두 화음이 같은 모양으로 배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왼손이 베이스 음을 누르고, 오른손이 3화음의 전위형을 누르는 기본적인 반주법을 연주한다고 했을 때, 오른손의 전위형 모양만 바꿔주면 대부분 병행은 쉽게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화성법에서 또 주의해야 할 진행이 있습니다. 바로 은복 5도와 은복 8도입니다. 병행 5도, 8도가 음정을 유지한 채 진행하는 것이라면, 은복 5도와 8도는 시작은 다른 음정이었지만 같은 방향으로 진행해 완전 5도와 완전 8도로 도착하는 것입니다. 병행 신경쓰랴, 은복 신경쓰랴 너무 엄격해 보이지만 다행히도 은복 진행은 외성부, 즉 최저음과 최고음 사이에서만 적용됩니다. 또, 소프라노의 선율이 순차진행(2도 상하행)한다면 허용됩니다. 그런데, 병행을 피하려면 '오른손의 전위형만 바꿔주면 된다'와 같이 은복을 피할 수 있는 쉬운 원리가 있을까요? 생각보다 훨씬 당연한 원리가 존재합니다. 바로 '소프라노를 순차진행하라'라는 원칙입니다. 은복은 소프라노가 순차진행한다면 허용됩니다. 즉, 도약을 하지 않는 이상 베이스와 소프라노가 아무리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약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은복은 진행 방향과 도착 시 음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병행처럼 전위형을 바꾼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위 그림에서는 C에서 G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이 2전위형에서 1전위형으로 바뀌었지만, 은복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은복은 결국 외성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여 완전 5도나 완전 8도로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이를 피해서 도약을 하려면 1) 베이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되 소프라노가 베이스와 5도, 8도가 아니게 한다(도착 화음의 3음을 소프라노에 둔다), 2) 반진행 혹은 사진행한다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반진행이란 외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스가 하행하면 소프라노는 상행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반진행에 해당합니다. 사진행이란 베이스나 소프라노가 유지되고 어느 한 성부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3화음의 기본적인 진행에서 쉽게 병행과 은복을 피하는 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오른손의 전위형을 바꿔가며 근접 진행하기'가 간단한 진행에 있어서 쉽게 따를 수 있는 원칙이 되겠네요. 병행과 은복은 실용음악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지만 근접 진행을 통한 보이스 리딩은 실용음악에서도 강조합니다. 클래식 화성학과 실용음악 화성학이 분명 다르나 결국 듣기 좋은 소리를 추구한다는 점은 똑같고 오늘 이 글의 결론이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만약 오른손 기본위치만으로 반주를 해오셨다면 전위형을 익혀 병행과 은복도 피하고, 예쁘게 보이스 리딩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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